‘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만 시간을 노력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로지스팟은 ‘로지트럭’이라 부르는 나노블럭을 고객에게 선물했습니다. 완성까지는 무려 세 시간. 고객에 나눠줄 로지트럭을 모두 조립하려면 약 1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죠. 그런데 반응은 꽤 좋습니다. 저는 만들다 포기했지만요.
로지트럭을 기획한 로지스팟 마케터 유혜인 님을 만나 로지트럭과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기억에 남는다면 성공
Q. 로지스팟 에디터(이하 생략): 로지트럭이 지금까지 1500대 나갔습니다. 반응 99%가 ‘힘들지만 재미있다’였어요.
유혜인 님(이하 생략): 완성까지 세 시간이나 걸릴 줄 몰랐습니다. 처음 제품을 받고 사무실에서 만들어봤는데 꽤 어렵더라고요. 손가락도 아프고요. 저는 고통까지 의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재미만 추구했을 뿐. (웃음)
사실 기업에서 나눠주는 판촉물은 좀 뻔해요. 저희도 볼펜이나 머그잔을 만든 적 있어요. 이번에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선물을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고생하며 로지트럭을 조립했다면 로지스팟이란 이름을 영원히 기억해주지 않을까요?
Q. 어떻게하면 로지트럭을 받을 수 있나요?
설문조사나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로지트럭을 드렸어요. 사실 로지트럭은 박람회에서 고객께 드릴 선물이었어요. 생산제조기술 전시회(SIMTOS), 서울국제식품대전 등 3~4개 박람회 참가를 예정했지만 코로나로 어느 한 곳에도 참가하지 못했거든요.
2021년에도 박람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때 로지트럭을 나눠주려고 하니, 많이 받으러 와주세요. 트레일러 말고 다른 차량으로 나노블럭을 만들 계획도 있어요. 기대해주세요.
2020 마케팅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Q. 그런 박람회에 운송기업인 로지스팟이 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로지스팟은 B2B 서비스예요. 박람회를 찾는 사람보다, 박람회에 부스를 차린 기업을 만나기 위해 행사에 참가합니다. 그중 운송량이 많은 고객이 타깃이고요.
2020년 가장 기대한 박람회는 SIMTOS였어요. 제조기업이 몰리거든요. 저희 고객 65% 이상이 제조기업이기도 하고요. 로지스팟으로 운송 업무가 효율적으로 바뀐 제조 기업 사례를 다른 기업에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마케팅팀에서 고객을 직접 만날 기회가 드물어 박람회를 꽤 공들여 준비했는데 취소가 돼 아쉬워요.
Q. B2B 마케팅은 B2C와 다른가요?
다릅니다. B2C는 개인이 구매 결정을 하지만, B2B는 회사 차원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해요.
광고를 봤다고, 추천받았다고 바로 고객이 되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자는 여러 명이고, 결정까지의 길고 복잡한 단계를 거치고, 그 사이사이 수많은 장애물을 헤쳐 비로소 고객이 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습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이 넘게 걸리는 일이죠.
기업고객에게 꾸준하게 저희를 노출해야 하고, 믿음을 줘야 해요. 그래야 겨우 회의에서 한 번 언급될 수 있어요. 로지트럭을 기획할 때 고민한 부분이에요. 누군가 책상 위에서 꾸준히 로지스팟이 눈에 띄기를 하는 바람. 설령 사무실이 아니라 집일지라도요, 담당자가 아니라 아이가 만들더라도. (14세 이상 조립해주세요)
Q. 마케팅 업무에도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군요.
박람회나 고객사 취재 등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B2B에서 오프라인 마케팅은 굉장히 중요해요. 온라인으로 저희 서비스나 솔루션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요. 물류비에서 운송이 차지하는 부분이 꽤 커요. 저희를 믿고 맡겨주시는데, 온라인으로는 부족하죠. 그래서 올해 더욱 힘들었어요.
어쨌든 오프라인 행사에서 얻고자 했던 기회를 온라인에서 찾아야 하니까 온라인 캠페인을 많이 늘렸어요. 로지트럭이 온라인 캠페인 선물이었고요. 고객이 트럭을 갖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로지트럭을 하나의 트리거로, 로지스팟을 계속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Q. 2021년 마케팅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코로나 영향이 지속하리라 보기 때문에 고민 중이에요. 회복되더라도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 마케팅을 똑같이 할 수도 없고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루트를 만들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관심 있는 건 데이터예요. 물류업의 데이터가 많이 숨겨져 있거든요. 그 숨겨진 데이터를 밖으로 끌어내는 게 제 일이에요. 고객이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끔 인사이트를 주려고요.
Q. 그 데이터를 어떻게 구하나요?
어렵게요. (웃음) 물류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손에 익어서’ 처리되는 일이 많거든요.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디지털 물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수많은 질문을 던져야 기업의 니즈를 찾을 수 있어요. 설문조사나 박람회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일도 데이터 수집을 위한 활동이고요.
그리고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 추적 장치를 심어두죠. 어떤 콘텐츠, 어떤 솔루션, 어떤 서비스에 가장 관심이 많은지 파악하려고요. 그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의 트렌드를 찾고, 그 트렌드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바로운송 캠페인을 진행할 때의 일이에요. 기업고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하루에 한 번 이상 퀵서비스를 보내는 기업의 48%가 계약 업체 없이 퀵서비스를 보내더라고요. 퀵서비스를 관리하는 담당자도 없고요. 직원 수 500명 이상의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면서 퀵서비스 품질과 가격은 불만이라고 답했고요.
품질과 가격은 퀵서비스 업체와 계약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에요. 바로운송은 다른 퀵서비스와 다르게 기업 전담 운영팀도 있고요. 이러한 포인트를 잡아 기업전용 퀵서비스인 바로운송이 기업에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전달하는 런칭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실제 캠페인 동안 퀵서비스 상담 요청 건수가 세 배 이상 늘었어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최근 로지스팟을 비롯해 주목받는 물류 스타트업이 많아요. 이런 스타트업에서 물류 마케팅 일을 하고 싶은 후배나 동료에게 조언한다면?
고객조차 모르는 고객 니즈를 먼저 발견하고, 제안해줘야 해요. 지금은 물류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가 로지스팟을 찾는 고객이 점점 많아지지만, 놀랍게도 물류를 하면서도 물류 담당자가 없는 회사가 많아요. 다른 분야는 디지털 플랫폼 등을 이용하면서, 유독 물류만 전화나 엑셀 등 아날로그식으로 일을 하기도 하고요.
물류에 대해 잘 알아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마케터 입장에서는 산업 특성보다는 고객 특성과 니즈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물류 지식을 쌓는 건 그 후의 일이에요. 저도 물류 일을 할 줄 몰랐어요. 정말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