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스팟 고문이자 삼영물류를 이끄는 이상근 대표님을 만나 최신 물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일이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 물류는 어디쯤 왔고 앞으로 어떤 기회가 있을까요?
In brief
D2C (Direct to Consumer)
기업이 유통 플랫폼을 떠나 자사몰과 SNS 등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비즈니스
기업이 D2C 전략을 취하는 이유
1. 유통 플랫폼이 쥐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마케팅과 생산에 활용
2. 유통 플랫폼의 PB 상품이 경쟁요소로 떠오름
3. 판매 수수료, 입점 조건 등의 부담
4.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강한 소비 파워를 가지면서, 고객을 직접 만나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
한국 D2C 비즈니스
1. 패션이나 화장품 같은 버티컬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
2. 고객 맞춤 생산과 마케팅, 유통, 주문접수 등과 함께 물류 시스템과 네트워크 구축 중요
Q. 로지스팟 에디터(이하 생략): 지난 봄 쿠팡이 미국에서 상장했고, 마켓컬리가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파크 역시 상장은 아니지만 ‘몸값 좋을 때’ 매각한다며 시장에 나왔고요.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유통 플랫폼이에요. 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커질수록 우려도 커집니다.
이상근 대표(이하 생략): 2000년대 전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본격화된 지난 20여 년간 시장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그리고 이 플랫폼 기업은 영역을 끝없이 확장해 커머스, 물류, 핀테크 같이 우리의 삶과 관련된 많은 영역을 장악하고 있죠.
말한 것처럼 이런 플랫폼을 통한 판매는 기업 입장에서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케팅입니다. 플랫폼을 거쳐 판매된 제품의 고객 정보나 구매 유형 등의 데이터가 모두 플랫폼에 귀속돼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 어렵죠.
플랫폼 비즈니스의 목표는 시장 독과점이에요. 하지만 빠르게 성장했던 만큼 폐해도 빠르게 드러나면서 이런 비즈니스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나이키, 에르메스… 떠나는 기업
Q. 플랫폼을 탈출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거군요.
네. 플랫폼 기업과 연결고리를 끊는 ‘탈집중화 현상’이 커머스에서도 비롯하고 있습니다. 탈집중화란 어떤 조직의 핵심이 되는 요소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비슷한 요소끼리 묶어 분산시키는 과정을 말해요.
기업은 자체 앱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모델로 속속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이죠.
미국의 경우 D2C 시장 규모가 2017년 7조5000억원에서 2020년 23조 7500억원이 돼, 세 배 가까이로 커졌습니다. 와비파커, 달러쉐이브클럽과 같이 처음부터 D2C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 외에도 나이키, 에르메스와 같은 글로벌 1위 브랜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며 자사몰을 강화하고 있어요.
Q. 한국이라면 제조기업이 쿠팡이나 네이버에 입점하지 않고 자사몰이나 SNS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죠. 가장 큰 장점은 앞에서 말씀한 마케팅이고요.
네, D2C의 장점은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도 소비자의 취향과 성향 같은 데이터를 확보해 마케팅과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소비자와의 소통과 자체 판매망을 강화해 소비자 데이터를 적극 얻는 방향으로 D2C 전략을 세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기업이 D2C로 전향하는 이유 중에는 플랫폼의 ‘이것’ 때문도 있어요.
Q. 힌트를 좀 주세요. 무엇인가요?
힌트는 플랫폼이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바로 PB 상품이에요. 유통 플랫폼이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 ‘잘 팔릴 수밖에 없는’ PB 상품을 만들면서 제조기업의 경쟁자로 떠올랐거든요. 아마존의 PB 상품은 점점 늘어나고, 아마존을 떠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플랫폼이 요구하는 판매 수수료나 입점 조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이키가 2020년 매출 성장세에 비해 영업 이익이 더 크게 증가한 것도 온라인 플랫폼에 내야 하는 판매 수수료가 줄어든 덕분이에요.
상품을 잘 팔리게 하려면 당연히 쿠팡이나 네이버에 제품을 입점하는 게 필수긴 하죠. 하지만 최근 이커머스의 ‘최저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조기업도 경쟁사보다 싼 값에 제품을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힘이 센 플랫폼이 이런 제안을 건네면 수용할 수밖에 없죠. 제조기업으로서는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고 높은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불합리합니다. 상품을 팔아 매출은 발생해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수익성도 크게 떨어져요.
최근 LG생활건강이 쿠팡의 최저가 납품 요구에 쿠팡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한 것도 이 때문이죠. 삼성전자도 자사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스마트폰 같은 주요 제품을 판매하는 D2C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고요.
D2C 가능한 이유,
소비자 힘 커졌기 때문
Q. 말씀하신 것처럼 물건을 잘 팔려면 플랫폼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떠나는 이유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듯해요.
D2C라는 탈집중화의 원인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힘이 강해진 시대라는 데 있습니다. 소비자의 힘이 강한 현실에서 기업은 고객을 직접 만나고,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단순하게 컴퓨터를 잘 다루고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관계, 소통 방식, 구매 행태 등에서 기존 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미 국내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면서 새롭게 시장을 재편해 기존 소비성향과 구매 패턴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향이 커지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과 판매는 변화할 수밖에 없죠.
Q. 소비자의 힘이 강해졌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미국 D2C와 한국 D2C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D2C 모델은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주도권을 지키려는 제조기업 뿐 아니라 유통기업, 소상공인, 온라인 셀러, 인플루언서까지 깊은 관심을 모으는데요.
국내 D2C 모델은 차별적 고객 경험과 콘텐츠의 힘에 기반해 패션이나 화장품 같은 버티컬(Vertical)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이러한 성장의 토양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입니다.
D2C 성공하려면?
Q. 기업은 D2C로 전환하면서 유통 플랫폼이 하던 물류를 직접 해야 하겠군요.
네. 고객맞춤생산과 마케팅, 유통, 주문접수 등과 함께 물류 시스템과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합니다. 기업에겐 쿠팡 수준의 물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죠.
유통 공룡과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은 기존의 온· 오프라인 중간의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 채널을 활용하는 D2C 모델과 정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모델에 주목하고 있어요.
D2C나 구독 모델의 물류는 재고를 보관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창고가 필요합니다. 또한 고객 가까이 위치해 배송거점이나 도심 풀필먼트센터도 필요하고요.
운송시스템으로는 물류창고와 배송거점을 연결하는 미들마일 운송과 당일배송, 새벽배송, 즉시배송까지 책임지는 라스트마일 배송시스템과 더불어 이들을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통합물류 솔루션 구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와 유통기업들은 취급물량, 기술력, 투자비용 면에서 독자적으로 물류시스템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Q.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 조언한다면?
정부의 ‘한국형 뉴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스마트물류체계 구축 사업’ 중 스마트공동물류센터 조성과 수도권 대형 E-Commerce 스마트 물류단지 구성에 관심을 두면 좋습니다.
특히, 스마트 공동 물류센터 조성은 도심 공공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해 중소 물류업체가 이용하는 공동 물류시설을 공공에서 직접 설치 및 관리하는 정책인데요. D2C로 유통공룡과 경쟁해야 하는 제조·유통기업과 중소물류기업이 협업을 통해 물류시설과 배송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이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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